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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도 어김없이 2시 17분이었다.
편의점 알바생 민서는 카운터 뒤에서 핸드폰을 뒤적이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유리문 너머로 누군가 서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서 있었다’는 표현이 어색할 정도로,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긴 생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와 있었고, 검은 슬립 원피스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입술이었다.
새빨갰다.
케첩을 입술 전체에 바른 것처럼 번들거렸다.
민서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또 저 여자네…”
이 여자는 최근 두 달 동안 거의 매일 새벽 2시 10분~2시 20분 사이에 나타났다.
들어오지도, 물건을 사지도 않았다.
그냥 유리문 앞에 서서 안을 바라보다가, 정확히 2시 17분이 되면 천천히 몸을 돌려 사라졌다.
그리고 오늘도 똑같았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종소리가 울리자 민서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여자는 말없이 매장 안쪽으로 들어와 냉장고 앞에 섰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마치 춤을 추듯 몸을 숙여 맨 아래 칸에 있는 나폴리탄 스파게티 도시락을 집어 들었다.
“……계산해 주세요.”
목소리가 너무 낮고 촉촉해서 민서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목젖이 움직일 때마다 살짝살짝 보이는 혀끝이 붉었다.
입술뿐만 아니라 혀까지 새빨갰다.
민서가 바코드를 찍으려는데 여자가 갑자기 손을 뻗어 민서의 손목을 잡았다.
차가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뜨거운 것처럼 느껴졌다.
“포크…… 빌려줄 수 있어요?”
민서는 말없이 계산대 아래 서랍에서 플라스틱 포크 하나를 꺼내 건넸다.
여자는 포크를 받아 들고는, 그 자리에서 플라스틱 뚜껑을 뜯었다.
케첩과 토마토 소스가 뒤섞인 붉은 면이 드러났다.
그리고 먹기 시작했다.
너무 야하게 먹었다.
포크로 면을 천~천히 감아 올려서, 입술에 닿기 직전까지 가져가더니
입을 살짝 벌리고 혀를 먼저 내밀어 면을 감쌌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입술에 소스가 묻자 혀로 천천히 핥아 올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때마다 눈은 민서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민서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공포인지, 다른 감정인지 모를 것이 온몸을 타고 올라왔다.
여자가 세 번째 포크질을 할 때쯤이었다.
갑자기 매장 조명이 깜빡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 깜빡일 때 여자의 눈동자가 보였다.
검은색이 아니었다.
붉었다.
동공까지 온통 케첩 색이었다.
“너도…… 먹어볼래?”
여자가 포크를 민서 쪽으로 내밀었다.
면 끝에 묻은 소스가 뚝뚝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붉은 방울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천천히 퍼져나갔다.
민서가 고개를 저으려는 순간, 여자가 갑자기 몸을 확 기울였다.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입술에서 진한 토마토 냄새와 함께 아주 달콤하면서도 비린내 비슷한 냄새가 났다.
“한 입만 먹으면
나처럼 예뻐질 수 있어.”
그 말과 동시에 여자가 포크를 민서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민서는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었지만, 포크 끝이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차가운 플라스틱 감촉과 함께 뜨거운 소스가 입 안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이었다.
민서의 시야가 온통 붉어졌다.
입 안에서 면이 스스로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살아있는 것처럼 혀를 감고,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숨이 막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았다.
너무 좋아서 무서웠다.
그리고 여자가 속삭였다.
“이제 너도 알지?
나폴리탄은
원래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는 거야.”
그날 이후 민서는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마다 편의점 앞을 지나게 된다.
지금도 매일 새벽 2시 17분이면
자기도 모르게 손이 저절로 나폴리탄 도시락을 집어 든다.
포크를 들 때마다 손끝이 떨린다.
입술에 묻은 소스를 핥을 때마다
자신의 눈동자가 점점 더 붉어지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건,
요즘 민서가 거울을 볼 때마다
입술이 점점 더 진하게,
점점 더 번들거리게 변하고 있다는 거다.
어젯밤엔
거울 속 자신이
민서에게 포크를 내밀더라.
“한 입만 더 먹어.
아직 배고프잖아.”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너도
혹시 지금 입술이 살짝 따끔거리지?
조심해.
새벽 2시 17분에
누가 유리문 너머에서 너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그 붉은 입술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웃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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