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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밤, 창가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우리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었고, 서로의 어깨가 살짝 닿을락 말락 한 거리.

그가 먼저 손을 뻗었다. 내 손등 위에 그의 손이 포개지자 따뜻함이 천천히 퍼졌다. 말없이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어 깍지를 꼈다. 그 손이 조금씩 힘을 주었다가 풀기를 반복했다. 마치 망설이면서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처럼.

“추워?” 그가 낮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지만, 그가 내 손을 들어 자신의 목덜미 쪽으로 가져갔다. 그의 피부가 뜨거웠다. 맥박이 손끝에 그대로 전해졌다.

천천히 몸을 기울여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는 그 짧은 순간,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다시, 이번엔 눈꺼풀에. 코끝에. 마지막으로 입술 바로 옆, 아주 가까운 곳에.

키스는 천천히 깊어졌다. 서두르지 않았다. 서로의 숨소리와 빗소리만이 섞여 방 안을 채웠다.

그의 손이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가볍게 끌어당기자 자연스레 그의 무릎 위에 앉게 됐다. 옷 사이로 전해지는 체온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그는 내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위에서 아래로, 다시 위로.  지도를 그리듯, 내 몸의 윤곽을 기억하려는 것처럼.

“너무 예뻐서… 가끔 무서워.” 그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진심이 느껴지는 말투였다.

나는 대답 대신 그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심장 소리가 귀에 닿았다. 빠르고, 조금 떨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키스하고, 안고, 서로의 숨결을 나누며. 서로를 탐닉하기보다는, 서로를 느끼는 시간.

비가 그치고 나서야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품 안에서 미소 지었다.

창밖엔 아직 어두운 밤이 남아 있었지만, 우리 사이엔 이미 작은 새벽이 와 있었다.

 

 

 

 

 

비가 여전히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새벽녘이라 더 차가워진 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들었지만, 이불 속은 여전히 뜨거웠다.

그가 내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속삭였다. “아까 말했던 거… 진심이었어.”

나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더 깊이 묻었다. 심장 소리가 아직도 빠르게 뛰고 있었다. “뭐가?” 장난스럽게 되물었지만,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는 살짝 몸을 일으켜 나를 내려다봤다. 어두운 방 안에서도 눈빛이 선명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라고 했잖아.” 그가 내 뺨을 엄지로 쓸며 말을 이었다. “근데… 솔직히 못 참겠어.”

웃음이 터졌다. 작게, 숨죽여. “나도 그래.”

그의 손이 다시 내 허리를 감쌌다. 이번엔 좀 더 천천히, 더 의도적으로. 이불이 스르륵 흘러내리면서 피부가 공기에 노출됐다. 차가운 공기와 그의 뜨거운 손바닥이 동시에 닿자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입술이 다시 포개졌다. 아까보다 깊고, 느리고, 서로의 숨을 완전히 빼앗으려는 듯했다. 그의 혀가 살짝 스치자 저도 모르게 작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가 내 목덜미로 입을 옮겼다. 가볍게 물었다가 핥아 올리는 그 느낌에 허리가 저절로 들썩였다. “여기… 민감하네.” 그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나는 그의 머리카락을 쥐고 살짝 당겼다. “놀리지 마…” 하지만 그 말과 달리 몸은 더 가까이 붙었다.

그가 나를 뒤집어 자신의 아래로 만들었다. 이불이 완전히 걷히고, 우리 사이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의 손이 내 허벅지 안쪽을 스치며 올라오자 숨이 턱 막혔다.

“천천히 할게.” 그가 내 이마에 입을 맞추며 약속하듯 말했다. 하지만 그 ‘천천히’는 점점 더 뜨거워졌다.

손끝이, 입술이, 숨결이 내 몸 구석구석을 탐했다. 나는 그의 어깨를 붙잡고, 이름을 부르며, 몇 번이나 “더…”라고 속삭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비 소리와 우리의 숨소리만이 뒤섞여 있었다. 마침내 그가 내 귀에 대고 중얼거렸다. “이제… 진짜 새벽이네.”

창밖을 보니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지만,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나는 그의 품에 안겨 웃었다. “비 그칠 때까지… 계속 이렇게 있어도 돼?”

그가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비 그친다고 끝낼 생각 없어.”

그리고 다시 입술이 포개졌다. 이번엔 아주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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